

HQ 히나른 합작
2020. 09. 30 ~ 2020. 11. 25
두 개의 발자국
츠키히나_시랑 (@saysirang)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 모델들이 대거 소속된 모델 에이전시 앞, 썬팅이 짙게 칠해진 차 안에서 시트에 느긋하게 기대어 앉았던 히나타는 느릿하게 건물 밖으로 나오는 한 인영을 발견하고는 씩 미소 지었다. 기다리던 목표물이 나타났으니 이제 행동을 할 차례였다.
“안녕 츠키시마~”
“… 허? 너 뭐야? 너가 왜 여기 있어?”
“왜 여기 있긴? 널 납치하러 왔지!”
뜬금없는 히나타의 말에 츠키시마라 불린 남자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이러나 싶은 생각이 얼굴 위로 고스란히 나타났으나 히나타는 그저 개구지게 웃으며 그 의문을 묵살했다.
“됐고, 일단 타! 순순히 나한테 납치나 당하라고!”
“너 같으면 그런 수상한 말을 듣고 그 차에 타고 싶겠어?”
“아니, 애인에 대한 믿음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
너가 내 입장이었으면 믿을 수 있겠어? 츠키시마의 담담한 물음에 히나타는 10초간 말이 없었다. 음… 확실히 내가 지금 츠키시마 입장이었으면…
“당연히 안탔지. 아니, 진즉에 도망쳤을 듯.”
“그렇지? 나도 딱 그 기분이야.”
음 이번에는 내가 잘못… 헛! 이게 아니지! 츠키시마의 담담한 말투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던 히나타는 순간 자신이 말려들 뻔 했다는 걸 눈치 채고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너한테는 선택권이 없어! 왜냐? 너네 매니저 형과 쿠로오 상에게도 이미 양해를 구했거든!”
“아니, 납치당하는 당사자는 난데 왜….”
츠키시마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었다. 아니, 당하는 당사자는 난데 왜 남들 양해를 구한단 말인가? 그러나 히나타는 츠키시마의 투덜거림은 들은 채도 하지 않은 채 츠키시마의 등을 밀며 반강제적으로 조수석에 태웠다.
“그래서, 뭘 할 생각인데?”
“그건 비밀이지~ 음… 살짝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부터 휴가라는 거지.”
본인도 모르는 휴가가 있던가… 츠키시마는 그제야 매니저와 소속사의 대표인 쿠로오에게 협조를 구했다는 히나타의 말을 이해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최근 쇼 준비와 화보 등 스케줄이 넘쳐났던터라 피곤이 쌓일 대로 쌓이긴 했었다.
츠키시마는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며 차 시트에 편하게 몸을 기댔다. 이미 자신의 집에도 들렸다 온 듯 뒷좌석에는 트렁크가 두 개였다. 슬쩍 곁눈질로 히나타의 얼굴을 살피니 눈 밑이 거뭇거뭇한 게 보였다. 최근 무리하는 것 같더라니…. 아니, 오히려 자신과 휴가를 맞추기 위래 더 무리했던 걸지도. 츠키시마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피곤하면 한 숨 자도 괜찮아.”
“나보다는 너가 더 피곤해보여. 너 잠은 제대로 잔 거 맞아?”
“새벽 스케줄이 좀 많았어서 그렇지 별로 어려운 스케줄은 없었어.”
츠키시마 본인은 모델로서, 히나타는 아이돌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다보니 최근에는 연락도 자주 하지 못했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근황을 나누는 사이 츠키시마의 눈이 점점 감겨갔다. 아, 자면 안 되는데… 히나타 혼자 둘 수는…
점점 감기는 츠키시마를 발견한 히나타는 킥킥 웃으며 츠키시마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일단은 푹 자고 일어나. 히나타는 츠키시마가 혹시나 답답해할까 싶어 히터를 조절했다. 결국 츠키시마는 따뜻한 공기에 노곤해지는 몸을 견디지 못하고 잠들었다.
*
츠키시마는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는 느낌에 눈을 번쩍 떴다. 아니, 나 얼마나 잠들었던 거야? 멍한 머리를 억지로 깨우며 츠키시마는 창문에 기대고 있던 머리를 들었다. 히터 때문에 텁텁했던 공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운전석 창문을 열었던 히나타는 잠에서 깬 츠키시마를 보고는 다시 창문을 닫았다.
“왜 벌써 깼어? 혹시 추워서 깬 거야?”
“뭐야? 여기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우리 휴가 보낼 곳 가는 길이지.”
츠키시마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휴가? 무슨 휴가… 아 맞다. 오늘부터 휴가랬지. 츠키시마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약 30분 정도 잔 것 같은데 무슨 몇 시간은 잔 것 같은 개운함이 느껴졌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던 츠키시마는 히나타를 바라보았다.
“다음 휴게소에서는 나랑 바꿔. 운전 내가 할 테니까.”
“어디 가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운전하려고?”
“그러니까 목적지를 말해주면 되잖아.”
“에이~ 그건 재미없잖아.”
히나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도 끝내 목적지를 말해주지는 않았다. 츠키시마는 결국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쇠고집도 이런 쇠고집이 없으니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없었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두 사람은 바빠서 연락이 뜸했던 만큼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공유했다. 주로 히나타가 말하고 츠키시마가 듣는 쪽이었다. 히나타는 새 앨범을 녹음하며 있었던 일, 안무 연습을 하며 매니저 몰래 팀 멤버들과 야식을 시켜 먹은 일 등등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런 히나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듣는 것이 츠키시마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였다. 둘 다 워낙 일이 바빠 제대로 된 데이트는커녕 연락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더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은 의외로 츠키시마였다. 그런 츠키시마를 알기에 히나타는 일부러 더 이것저것 사소한 일들까지도 말해주는 편이었다.
“그래서 아마 큰 이변이 없으면 내년 초반쯤이면 컴백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이게 컴백 전의 마지막 휴가겠네.”
“음… 아마 그렇지 않을까?”
히나타의 긍정에 츠키시마는 그저 말없이 히나타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누가 봐도 아무런 감정이 없는 무표정 같았으나 히나타는 그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히나타가 씩 미소 지었다.
“그러니까 이번 휴가는 우리 알차게 보내자고. 츠키시마도 툴툴거리지 말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하고.”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이야?”
“당연히 상관있지! 내가 너무 사랑하는 츠키시마가 내 말을 안 들어주면 나는 너무너무 슬플 테니까!”
츠키시마가 별 X랄을 한다는 표정으로 히나타를 황당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히나타에게는 아무런 데미지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츠키시마의 표정이 웃기다며 자지러지게 웃었다. 결국 츠키시마는 한숨을 쉬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
“쨘! 도착했습니다~”
히나타의 밝은 목소리에도 츠키시마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한참을 창밖만 바라보았다. 어째 갈수록 익숙하고 낯익은 풍경들이 보인다 싶었었다. 감정 기복 심하지 않고 매사에 담백한 츠키시마의 얼굴에 드물게 수많은 감정이 넘실거렸다.
“이게 서프라이즈야?”
“당연하지! 일단 그 츠키시마 케이가 이렇게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걸?”
그러나 정작 히나타 본인도 어딘가 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츠키시마가 느릿하게 차 문을 열고 나가자 히나타도 그 뒤를 따랐다.
“어째 여긴 하나도 안 변했네?”
“그러게…. 정말 그대로네.”
새하얀 모래사장과 반짝이는 바닷물이 파도치며 부서지는 모습을 보며 츠키시마는 마치 3년 전, 아니 7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직 교복을 입고 어린 티를 다 벗지 못했던, 그때의 그 어리고 서투른 소년이 소중하게 품고 있던 마음의 무게가 새삼스레 다시 느껴졌다.
히나타도 새삼스레 감회에 젖은 것 같았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이곳은 마을 사람들만 간간히 오는 그런 작은 바닷가였고 두 사람의 추억이 잔뜩 어린 곳이었으며 둘의 시작과 끝,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함께 한 곳이었다.
어린 시절, 소꿉친구로서 함께하며 두 사람은 서로를 마음에 담았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된 소년들은 그들의 작은 세계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였다. 그러나 행복할 줄만 알았던 두 사람은 히나타가 아이돌로 연습생으로서 도쿄로 상경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히나타의 작았던 세계가 넓어져가면서 점점 바빠졌고 서로가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니 서로를 신경 쓸 여력이 부족했다. 당연하게도 연락은 점점 뜸해졌고 두 사람의 마음은 자연스레 멀어진 것 같았다. 결국 먼저 이별을 입에 담은 건 츠키시마였다.
히나타 또한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였다. 서로를 보고 있어도 설렘이 아닌 그저 편안함만 느껴지니 마음이 식었다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이별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어렸고 사랑에는 설렘만이 다가 아니라는 걸 몰랐다.
“그때, 내가 잠깐 미야기에 내려왔을 때 기억 나? 그때 너가 여기서 헤어지자고 했었잖아.”
“그걸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바보 같고 어리석었던 선택이었다며 츠키시마가 불어오는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히나타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사실 난 우리가 헤어지고 그렇게 힘들 줄은 상상도 못했었어. 그도 그럴게 그때의 우리는 어렸고, 많이 미숙했잖아.”
히나타의 조용조용한 목소리에 이번에는 츠키시마가 작게 웃었다.
“그래서 다시 만났을 때 그렇게 펑펑 울었던 거야?”
“당연하지. 난 내가 헛것을 보는 줄 알았다고!”
퉁퉁거리며 투덜거리던 히나타는 미소짓는 츠키시마를 보고는 금세 표정을 풀었다. 여름 햇살처럼 환하게 웃은 히나타는 츠키시마의 손을 잡아왔다. 그러자 츠키시마다 당연하다는 듯이 히나타의 손에 깍지를 끼며 마주 잡아왔다.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히나타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모처럼의 휴가니까 우리 맘껏 추억 여행이나 하다 가자.”
“네가 그렇게 말하면 걱정이 되는데.”
“아 왜! 뭐! 오랜만에 좋잖아!”
빨리 가자며 히나타가 츠키시마의 손을 잡아끌었다. 츠키시마는 아닌 척 하면서도 순순히 히나타에게 끌려갔다. 다시는 놓지 않겠다는 듯이 단단하게 잡은 손이 꼭 3년 전 여기서 다시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히나타는 츠키시마를 보자마자 왈칵 눈물을 터트리더니 달려와 손을 꼭 붙잡아 왔었다. 자신의 손을 잡아오던 히나타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물론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가 아니면 안 되는 거였다. 그러나 7년 전의 그들은 몰랐고 7년이 지난 지금의 그들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우리 숙소는 잡았어?”
“시내 외곽에 최근 좋은 온천 숙소가 생겼대. 방이 큰 건 아니지만 깔끔하고 방마다 개인 온천이 딸려 있대서 예약해놨지.”
“하긴, 방 크기가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같이 누울 건데. 천연덕스러운 목소리와는 달리 츠키시마는 깍지 낀 손을 가져와 히나타의 손에 입술을 묻었다. 그러자 히나타가 고장난 로봇마냥 우뚝 멈춰 서서 어버버 거렸다. 이, 이… 미친…!
“대낮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뭘? 그럼 나랑 잘 거 아니야?”
“미, 미쳤나봐 진짜!”
얼굴까지 빨개져 어버버 거리는 히나타를 보며 츠키시마가 드물게 큰소리로 웃으며 긴 다리로 유유히 걸어갔다. 하여튼 누구 애인인지 귀엽다니까. 야! 같이 가! 뒤에서 히나타가 우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화려하고 호화로운 휴가는 아니었으나 츠키시마는 벌써부터 이번 휴가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
히나타의 손에 이끌려 그들이 다니던 학교부터 자주 다니던 골목길, 이제는 많이 변한 시내 거리를 다니며 만족스러운 데이트를 끝낸 뒤 숙소에 돌아온 두 사람은 당연하게도 곧바로 온천에 몸을 담궜다. 차가운 겨울 공기와 따뜻한 온천의 조합은 정말이지 최고였다.
기분 좋은 오싹함을 느끼며 탕에서 흐물흐물하게 녹아가던 히나타는 하반신에 수건을 두르고 야외 온천으로 나오는 츠키시마를 바라보았다. 시즌이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츠키시마의 몸은 보기 좋은 근육들이 다소곳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구 애인인지 참 잘났네. 히나타는 무심코 흐르는 침을 닦으며 아주 대놓고 츠키시마의 몸을 살폈다. 그 시선을 느낀 츠키시마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디서 자꾸 뜨거운 시선이 느껴진다 했더니만. 침까지 흘리면서 볼 정도야?”
“아주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야. 내가 애인을 참 잘 뒀다니까?”
조심스레 탕으로 들어온 츠키시마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온 히니타가 허락을 구하는 얼굴로 츠키시마를 바라보았다. 나 복근 한 번만 만져 봐도 돼?
“만지는 건 상관없는데… 그럼 대신 있다가 각오하는 게 좋을 걸?”
“응? 뭘 각오해?”
“뭘 것 같아?”
뒷말은 생략한 채 알 수 없는 묘한 얼굴로 미소 짓기만 하는 츠키시마를 보던 히나타가 순간 퍼뜩 떠오른 생각에 후다닥 츠키시마로부터 멀어졌다. 붉어진 얼굴이 온천 때문인지 츠키시마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너, 너 아까부터 자꾸 나 놀릴래?!”
“내 진심을 그렇게 매도하면 슬픈데? 혈기 왕성한 젊은 커플이 단둘이 여행을 왔으면 그 뒤는 당연한 수순 아니야?”
전혀 슬프지 않은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츠키시마를 보며 히나타는 말문이 막혀 어버버 거렸다. 과거의 추억을 곱씹기 위해 온 여행이었는데 도대체 뭐 때문에 버튼이 눌린 건지 낮부터 저러는 츠키시마 때문에 히나타만 죽을 맛이었다. 자신은 결단코 그런… 그런 걸 노리지는 않았기에…
히나타의 영혼이 반쯤 가출하려는 사이 츠키시마가 조심스레 히나타에게 다가왔다. 히나타가 경계하며 다시금 멀어지려 했으나 츠키시마가 히나타의 손목을 잡고 슬쩍 잡아당겼다.
“온천은 나중에 즐기고 일단 방으로 들어갈까?”
“미친, 미친! 정신 차려!”
히나타가 당황해 하며 츠키시마의 등짝을 터트릴 듯이 때렸다. 맞으면서도 뭐가 좋은지 츠키시마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절실한 노력에도 히나타는 밤늦게까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제발 잠 좀 자자는 히나타의 애원에 츠키시마는 아쉬운 마음으로 잠들 수밖에 없었다.
*
“너 때문에 오늘 일정 다 어그러졌잖아….”
“어차피 휴가 온 건데 느긋하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쉬면되지.”
츠키시마는 엎드린 히나타의 허리를 주물러 주면서 여유롭게 말했다. 그러나 히나타의 화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내가! 오늘! 계획까지 다 짰는데! 히나타는 엎드린 채 허우적거리며 분노했다.
“여기 아픈 거 맞아?”
“아, 거기 말고 조금 더 왼쪽으로…”
그러나 히나타 조련 n년차인 츠키시마에게는 전혀 데미지가 없었다.
“오늘은 방에서 푹 쉬고 있다가 산책이나 가자.”
“내가 오늘 뭘 계획했는지도 모르면서…”
“그래, 그래 있다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먹을 걸 잔뜩 먹여준 뒤에야 조용해진 히나타는 몸 상태가 조금 회복되자 곧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산책을 가자며 옷을 갈아입은 히나타는 느긋한 츠키시마를 닦달했다. 그러다 해 지겠다! 빨리 입어!
“오늘따라 수상하네…. 너 혹시 나 몰래 무슨 일 꾸몄어?”
“너랑 나랑 어제부터 계속 같이 있었는데 꾸미긴 뭘 꾸며. 나는 그냥 노을이 보고 싶은 거라고.”
미심쩍어 하면서도 옷을 갈아입은 뒤 코트를 챙긴 츠키시마가 히나타의 손을 잡아왔다. 그에 또 기분이 좋아진 히나타가 미소 지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단순의 끝판왕 같았지만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였다.
손을 꼭 잡고 산책을 나온 두 사람은 노을을 보고 싶다는 히나타의 말대로 노을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당연하게도 어제의 그 바다였다.
목도리를 단단하게 여미로 차에서 내린 히나타가 모래사장 쪽으로 달려갔다. 천천히 지는 노을은 히나타의 머리색처럼 따뜻한 주황색으로 세상을 물들여갔다. 히나타는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역시 그 어느 곳보다 이곳에서 보는 노을이 가장 예뻤다.
히나타는 어느새 옆에서 노을을 보고 있는 츠키시마를 올려다봤다. 히나타의 시선을 느낀 츠키시마가 의아한 얼굴로 히나타와 눈을 맞췄다. 아무런 말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를 몇 분, 돌연 히나타가 씩 웃으며 목을 가다듬었다.
“큼큼, 츠키시마.”
“왜?”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답지 않게 우물쭈물 말을 못하던 히나타는 결심한 듯 비장하게 코트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나는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너 뿐이거든, 많이 부족하고 서투른 나지만… 그래도 너 하나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은 있어! 그러니까 나랑 결혼 해 줘!”
갑작스러운 고백에 츠키시마는 그저 눈만 크게 뜬 채 히나타가 내밀고 있는 반지를 쳐다봤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츠키시마 때문에 점점 속이 타던 히나타는 결국 처음의 당당함은 어딘가로 던져버리고 쭈굴쭈굴해졌다.
“내가 너무 갑작스러웠지? 그래, 우리 나이는 아직 어리기도 하고… 너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고…”
“아니.”
“어?”
“전혀 안 부담스러워. 아니, 정말… 하…”
미치겠네.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츠키시마는 귀까지 붉게 물들인 채 입만 달싹였다.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리가 멍했다. 처음에는 너무 놀랐고, 그 다음에는 자신이 프로포즈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일었고 그 다음으로는 행복함이 밀려왔다.
츠키시마는 천천히 히나타가 들고 있는 반지를 받았다. 츠키시마가 본인의 손에 반지를 끼우려 하자 히나타가 급하게 츠키시마의 손을 잡아 세웠다.
“이런 건 프로포즈 한 사람이 끼워 줘야지.”
“이런 발칙한 생각은 언제 한 거야?”
“이 형님이 다 처음부터 계획했었다고. 사실 오늘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밥도 먹고 데이트도 하고 한 다음에 멋지게 줄 생각이었는데…!”
너 때문에 다 망쳤다며 히나타가 툴툴 거렸다. 츠키시마가 웃음을 터트렸다. 반지는 츠키시마의 손가락에 딱 맞았다.
“나는 여기가 더 좋아. 여기가 가장… 우리다운 곳이잖아.”
츠키시마의 조용한 목소리에 히나타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멍하니 반지를 쓸어보던 츠키시마는 어느새 히나타의 왼쪽 손가락에도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는 걸 발견하고는 조심스레 히나타 손을 잡았다. 기분 좋은 듯 해실해실 웃는 히나타와 눈을 마주친 츠키시마가 씩 웃으며 히나타 귓가에 속삭였다.
“너 오늘도 잠은 다 잤다.”
“너 지금 이 타이밍에도 꼭!”
뭐라 뭐라 화를 내는 히나타의 입술에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츠키시마가 재빠르게 바닷가를 벗어났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진 히나타가 곧이어 정신을 차리고는 츠키시마를 뒤쫓았다. 노을은 여전히 붉게 타오르며 하늘과 바다를 물들이고 있었다.
“사랑해 히나타.”
“너, 너! 그거 반칙이야!”
모래사장에 새겨진 크기가 다른 두 개의 발자국이 노을빛을 받아 점점 같은 색으로 물들어 갔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같은 색일 발자국이 예쁘게 반짝였다.
합작 선공개 리뷰
익명님 (@Rqre_ve0)
초반부터 얘네는 정말, 연애를 해도 이렇게 친구처럼, 하지만 달달하게. 케미 잘 맞게 연애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근데 진짜 얘네 왜 이렇게 귀엽죠? 귀여운 게 죄라면 너네는 무기징역ㅠㅠ. 와, 근데 진짜 모델 츠키시마라니.. 너무 잘 어울리는 거 아닌가요? 모델 츠키시마. 보자마자 머릿속에서 상상이 바로 똭! 오네요. 헐 잠시만 대박! 아이돌 히나타요? 진짜 말도 안 돼. 노래 부르고 춤추는 우리 애기 생각하니까 또 두근두근..! 눈 밑이 거뭇하다는 점은 슬프지만 그래도 아이돌 히나타라니, 찬양하라 연예인 츠키히나.
와 근데 진짜 서로를 잘 아는 연애, 서로가 정말 편하지만 설레는 감정은 그대로인 연애. 쉽지 않은 걸 알기에 더 부럽고 흐뭇하네. 라고 생각한 순간 바로 과거로 돌아가면서 이별하는 순간이 나올 줄은 몰랐죠.. 그래, 몸이 떨어지면 어느새 마음도 함께 떨어진다고, 당연한 결과지. 하지만 그래도 저는 용납 못합니다. 휴.. 그래도 다행히 다시 만났네요. 다시 잡은 그 손, 다시 놓지 않기를 바라요. 어..? 음, 갑자기 올라가는 수위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괜찮습니다..^^ 아유, 근데 당황하는 히나타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요? 츠키시마의 마음을 100% 이해했는데 청혼 진짜 울 애기.. 당황하는 츠키시마도 너무 귀여워요.. 휴.. 안 되겠다. 츠키히나 결혼식의 장식으로 변해야겠네요.
익명님 (@익명)
역시 믿고 읽는 갓시랑님 글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아이돌 히나타랑 모델 츠키시마라니ㅠㅠ 소재부터 너무 좋았구 읽으면서도 글 안에 짙게 달달함이 배어 있어서 제가 다 꿀이 될 뻔 했어요.. 그리고 츠키시마 말투나 캐해석이 아 정말 츠키시마가 히나타를 사랑하면 이럴 것 같다 싶은 게 느껴졌고 중간 중간 다정한 면모나 틱틱대는 면모가 너무 츠키시마한테 착 맞아 들어가서 좋았어요. 바다에서 시간을 보냈던 둘의 청소년 때 모습도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ㅎㅎ 둘은 어떤 추억을 같이 새겼을까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 한 차례 비가 온 뒤에 더더더 굳어진 마음을 가진 둘이 사랑스럽네요. 헤어지자고 했다는 말을 들었던 장소가 덤덤하게 언급할 수 있고, 또 그곳을 추억으로 여길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습니다. ㅎㅎ(새로운 시작을 함께 한 곳이기도 하니까요) 글을 읽으면서 둘이 재회했을 때의 감정 묘사도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 히나타가 헛것을 보는 줄만 알았다고 한 것 때문인지 몰라도 더욱 궁금증이 드네요!ㅋㅋ
또 좋았던 부분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만 역시 중간 중간 나오는 츠키시마의... 행동력이 아닐까 싶네요. 언제부터 그런 말이 자연스러워진 거니! ㅎㅎ 프로포즈까지 한 사이니 이제 더욱 더 자연스러워지겠죠? 둘의 결혼으로 일어날 연예계 얘기도 궁금하고... 궁금한 것 투성이라 죄송합니다. 그만큼 글이 너무 재밌었어요!ㅎㅎ 너무 잘 읽었고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