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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히나_아이얀

 

 

   *약​간의 츠키히나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헤어졌다. 그것도 4년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까지 앞둘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제 눈앞에서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것을 들키지만 않았더라면 분명 부부의 연을 맺었을 것이다. 히나타는 2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자신의 자취방에서 남자친구의 물건을 정리해 현관 밖에 놔두었다. 바람 현장을 들킨 남자친구는 히나타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며 선처를 부탁했지만, 그는 히나타에게 그의 물건으로 머리를 맞지 않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했다. 남자친구를 차단했음에도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전화에 진절머리가 나 스마트폰은 끈 지 오래였다. 소문을 듣고 걱정할 츠키시마나 야마구치에겐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히나타는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도했을 때도, 차갑게 식어 남자친구를 내쫓을 때도 눈물 한 방울, 화 한줌 흘리지 않았다. 자신이 냉혈한이라도 된 줄 알았다. 아니면 그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았다던가.

 

   후유증은 뒤늦게 나타났다. 헤어진 지 2일째 히나타는 집을 청소하다 나온 전 남자친구, 아니 쓰레기의 물건을 보며 욕을 한바가지로 쏟아냈다. 4년간의 추억이 곳곳에 묻어있었다. 히나타는 묵혀두었던 핸드폰 전원을 키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잠금화면에 행복한 얼굴의 쓰레기와 제가 있었다. 두 팔로 무릎을 감싸고 코가 얼얼할 정도로 얼굴을 박았다. 눈앞이 점차 흐려졌다. 개새끼. 나쁜 새끼. 고요한 줄로만 알았던 마음은 큰 파도가 오기 전의 전조증상이었다. 울고 싶어서 우는 건 아니었다. 울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그런 쓰레기에게 4년간을 바친 제가 불쌍해 우는 거였다.

 

   히나타는 충동적으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이별하고 난 뒤 가는 이별여행의 행선지는 이미 정해졌다. 연애하는 내내 그렇게 같이 가자고 외쳤던 플로리다. 일본에서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미국 본토. 학창시절 다른 공부는 다 젬병이었지만 영어만큼은 그나마 자신이 있었다. 쓰레기 기억 소각을 멀리서도 한다, 츠키시마의 빈정대는 말투가 귓가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츠키시마와 야마구치, 그리고 야치의 메신저에만 답장을 보냈다. 새벽 5시의 마을은 조용했다. 간간히 지나가는 자동차가 아니면 사람이 사는 곳인가 의심이 될 정도로. 히나타는 미리 부른 택시에 간단하게 꾸린 캐리어를 실었다.

 

   히나타는 4년간의 추억에서 가까스로 도망쳤다.

 

 

레조넌스 플로리다

 

 

   플로리다 여행

   플로리다 맛집

   플로리다 기온

   여행 영어

   플로리다…

 

   연관 검색어가 짧은 시간에 목적지로 가득 찼다. 히나타는 설렘을 안고 좌석을 찾았다. 창가자리인데다가 짧은 시간에 예매한 터라 이코노미인데도 돈이 꽤나 깨졌지만 결혼 자금으로 저축해둔 것이 있어 아깝지 않았다. 옆자리는 아직 비어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혼자 하는 여행의 감성을 즐기던 히나타가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고개가 뒤로 꽤 많이 젖혀졌다. 옆자리 사람이 생겼다. 그것도… 엄청나게 거대한. 곁에는 허리가 끊어져라 사과하는 항공사 직원처럼 보이는 사람도 함께였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조금 더 신경을… 됐습니다. 그만 가보세요. 예매 상의 문제로 차질이 생긴 모양이었다. 옆자리의 남자는 가슴이 터질 듯한 정장핏에, 이건 조금 부러웠다, 비싼 브랜드의 번쩍거리는 시계까지 차고 있었다. 원래는 히나타 같은 서민이라면 일평생 타볼까 말까 하는 퍼스트 클래스의 VIP 고객인 것 같았다. 하아…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폰을 어중간하게 뺀 채로 눈치를 보던 히나타는 제 일도 아닌데 도리어 움찔했다. 굳은 표정의 남자에 그의 오지랖이 슬금슬금 머리를 내밀었다.

 

   저, 저기요…. 예? 창가… 앉으실래요? 항상 이 오지랖이 문제다. 일은 저질러놓고 수습은 제 이성이 해야 했다. 히나타의 말을 들은 남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 아뇨! 기분이 안 좋아보이셔서…. 변명 어린 말이 뒤따르자 더 상황이 미묘하게 돌아갔다. 히나타의 얼굴이 천천히 달아올랐다. 초면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건 절대 하지 말자. 오지랖 부리지 말자. 제발, 히나타 쇼요. 남자가 없었다면 거의 자신의 두 뺨을 내리칠 기세였다. 덩치 좋은 남자의 시선이 히나타에게로 꽂혔다. 일본에서 드문 주황색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남자는 제 옆 사람의 의도를 알았다. 이 사람은 단순하다. 히나타의 특성까지도 알아차렸다. 그리고 베풀지 않아도 될 친절을 거리낌 없이 뱉는다. 물론, 후폭풍이 뒤따르는 것 같지만.

 

   남자, 아니,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상대방을 파악하는 속도가 그닥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편이었다. 동갑내기에 거의 유일하게 마음을 보일 수 있는 상대인 텐도 사토리가 말하기를 자신은 이상한 데서 눈치가 없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 이 태양 같이 쨍한 머리카락 색을 가진 남자의 마음이 전부 꿰뚫려 보이는 건 그가 눈치가 빨라서가 아닐 것이다. 이건 옆의 이 사람이 마음을 숨기는 데 서툴며, 초면이라는 상황과 자신의 행동이 '못 숨기는' 효과를 두 배로 만듦에 가까웠다. 우시지마는 그렇게 정론 내리며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에 따라 히나타의 고개가 비행기 창으로 삐걱대며 돌아갔다. 힐끗 눈길 준 귓가가 숨길 수 없이 붉었다. 저러면 머리카락 색과 귀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우시지마가 퍼스트 클래스에 비해 좁디 좁은 의자에 제 몸을 구겨 넣었다. 가는 동안 잠이라도 청하자는 심산이었다. 그건 어찌 보면 히나타에겐 다행인 일이었고.

 

   히나타는 옆자리의 남성이 잠에 든 듯하자 곧바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츠키시마가 알았다면 한 달은 무슨, 일 년 놀림감이었다. 그는 이것이 우정여행이 아니라. 혼자 온 이별여행이라는 것에 감사해했다. 오, 신이시여. 원래도 뻗친 머리가 더욱 모양새를 잃어갔다.

 

   해가 떠오르며 강렬한 빛이 비행기 안을 내리쬐었다. 히나타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이륙한다는 소리에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비행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활주로의 텅 빈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쿠궁, 쿵.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거대한 몸체가 점점 가속했다. 히나타의 몸이 반사적으로 뒤에 쏠렸다. 귀는 먹먹해졌지만 비행기의 엔진 소리는 도리어 커졌다. 자동차와 빌딩이 늘어선 도시의 모습이 점차 안 보일 만큼 멀어져갔다.

 

 

*

 

 

   그 뒤로 옆자리 남자와 대화한 적은 없었다. 그는 언뜻 보기에도 선뜻 말을 걸 타입은 아니었으며, 말을 걸 타입인 히나타는 이미 사고를 쳤다. 피곤한 듯 자주 잠을 청하는 남자와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본 히나타 사이엔 말이 오갈 건덕지도 없었다. 그리고 남자는 꽤 자주 자리에서 일어서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처음엔 화장실에 가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핸드폰을 확인한 후 앞으로 향하는 것을 보아하니 누군가와 만나는 것 같았다. 아마도 퍼스트 클래스에 동승하려고 했던 사람인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퍼스트 클래스랑 이코노미는 꽤 멀지 않나. 누군지는 몰라도 참 극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 시간이 넘어가는 비행은 지구 반대편에 가까이 와서야 멈추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옆자리의 눈치 보이던 남자도 사라지고, 플로리다의 무더운 날씨만이 남았다. 공항에서 나와 핸드폰 로밍을 연결하자마자 잠잠했던 알림창에 수백여 개가 넘는 알람이 쌓였다. 부재중 전화에 문자 메시지, 요금 꽤나 깨질 것 같은 정도의 양이었다. 앗, 야치 상이다. 히나타가 익숙한 듯 액정 위에 떠오른 초록색 버튼을 밀었다.

 

   - 히나타 군!

   “아, 야치 상.”

   - 괜, 괜찮은 거지? 츠키시마 군도 야마구치 군도 엄청 걱정 했어. 정말, 연락도 안 하고 가는 게 어딨어!

   “응. 괜찮아. 둘한테도 괜찮다고 전해줘.”

   - 플로리다라니…. 츠키시마 군이 ‘영어도 잘 못 하면서 그런 데를 혼자 가다니, 쓰레기 소각도 참 멀리서 한다.’라고 전해 달라 그랬어.

   “앗. 예상이 맞았네.”

   - 응?

   “아니야, 거기는 아마 밤이지? 이만 끊을게!”

   - 저기, 히나타 군! 조심하고!

   “고마워.”

 

   고등학교 친구들은 변함없이 상냥하다. 초반엔 툭하면 발끈했던 츠키시마의 화법도 이젠 적응할 대로 적응했다. 저게 다 걱정에서 우러나오는 말일 테니까. 히나타는 현 일본에 비하면 무덥다고도 할 수 있는 날씨를 느끼며 플로리다에 온 것을 실감했다. 일본의 겨울은, 특히 히나타가 있던 미야기 현의 겨울은 추웠다. 평소 같았으면 미리 준비한 코타츠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감귤을 까먹었을 터였다. 겨울철만 되면 네 머리카락 감귤 닮았다 하던 개새끼와 함께. 아, 무심코 또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4년을 사귀고 헤어진 대가인가? 이미 걔는 나 같은 거 잊고 바람피우던 상대랑 입이나 맞추고 있을 텐데. 억하심정이다. 짝! 양 뺨을 때리는 손에서 공기의 마찰음이 퍼져나왔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볼이 얼얼했다. 그 덕에 쓸데없던 생각들은 하나둘 존재감을 잃었다.

 

   히나타는 미리 검색해놓은 관광지 코스를 생각하며 캐리어를 끌었다. 검은색 1인용 캐리어는 동봉된 스티커로 직접 꾸몄다. 바퀴가 보도블록 위에서 덜컹거리며 굴러간다. 히나타의 마음도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설마 그 사람이랑 다시 만나진… 않겠지?

 

 

*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 옛말을 떠올리며 히나타는 일말의 가능성을 상정한 자신을 질책했다. 그냥 이야기를 꺼내지도 말 걸. 아무 생각도 아무 얘기도 하지말걸! 벌써 세 번째 관광지가 겹쳤다. 우연이라기엔 너무하고, 아무래도 똑같은 플로리다 관광지 코스 사이트를 본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미친 거 아니야? 눈치 챈 건 이쪽뿐인 것 같은 게 더 짜증이 났다.

 

   남자의 옆에는 다른 사람도 함께 있었다. 분홍빛이 감도는 머리카락 색이 인상 깊은 사람이었다. 별개로 아주 무서운 아우라를 내뿜기도 했다. 히나타는 무심코 그 남자의 시선을 안경 너머로 마주했을 때 고개를 돌려버렸다. 사람을 꿰뚫는 듯한 시선이었다. 덩치 큰 비행기 옆 좌석 남자는 자신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지만, 분명히 저 남자는 알아차렸다.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 정황을 보아하니 애인인 것이 확실했다. 그 극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저 사람인가보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히나타는 모래사장에 주저앉으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핸드폰이 부르르 떨렸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츠키시마 케이. 혼내려는가 싶어 메신저창을 지우려던 찰나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 혼내려는 거 아니니까 봐. 츠키시마는 가끔 히나타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했다. 근처에 있는 거 아니야? 지레 찔린 히나타는 군말 없이 어플리케이션을 눌렀다.

 

   호텔 예약했으니까 여기서 자. 너 또 이상한 데 예약했을 것 같으니까… 참고로 돈은 나중에 받을 거야. 여기 비싸거든?

기억 소각 확실히 하고 와.

 

   울 뻔 했다. 츠키시마는 틱틱대며 귀찮은 듯이 행동해도 정말 소중하게 대해주는 게 느껴진다. 빈말로 너랑 사귀면 좋긴 하겠다 하던 과거의 자신에게 히나타는 깊게 공감했다. 츠키시마는 애인에게 정말 잘 해줄 상이다. 겨우 친구 사이인 자신에게도 이렇게 잘 해주지 않는가. 히나타는 장문의 메시지와 이모티콘을 보내곤 됐어. 라는 짤막한 답장을 받고서야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찬양하라, 츠키시마 케이.

 

   히나타는 바다 너머를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옷에 달라붙은 모래까지 툭툭 털어 없애고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겼다.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천천히 걸어가며 거리를 즐길 생각이었다. 사진도 찍고, 럽스타를 지워 허전해진 인스타 피드도 채우고. 겸사겸사였다. 이미 스토리 하나를 올렸다. 원조 인싸에 인기쟁이였던 히나타의 디엠창은 벌써 50개가 넘어갔다. 하나같이 헤어졌냐는 물음에 가끔씩 나랑 만나보자는 개소리도 섞여있었다. 히나타는 아직 한 개도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저녁 6시가 넘어갔다. 이상하게도 졸리지가 않았다. 시차 적응이 빠른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들뜬 마음이 시차를 넘어선 것 같기도 했다. 히나타는 호텔 로비에 도착해 유리문을 밀었다. 비싼 데라고 하더니 진짜였네. 1박에 5만엔은 넘을 것 같은데. 츠키시마의 스케일에 입이 절로 다물렸다. 돈 갚을 수 있겠지?

 

   어. 히나타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체크인 로비에 서 있는 저 두 사람은 분명… 이 정도면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라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안경을 쓴 남자의 몸이 돌아갔다. 히나타를 발견하자 그 남자의 눈도 커졌다. 히나타는 남자의 얼굴이 익숙해진 자신이 싫어졌다. 소리 내지 말 걸. 원래 숙소로 갈 걸. 츠키시마의 친절이 한순간에 지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정도면 자신이 그들을 스토킹하는 것이라고 오해해도 할 말이 없었다. 경찰에 잡혀가서 심문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 억울하기만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름은 모르지만 오늘만 해도 벌써 5번은 넘게 마주친 남자는 제게 말을 걸진 않았다. 핸드폰을 만지작대는 것으로 보아 911을 부르는 것일지도 몰랐다. 히나타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체크인하는 내내 생각이 딴 길로 새 직원이 한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하게 만들어 안 그래도 각박한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폐를 끼쳐버렸다. 히나타는 객실에 도착하자마자 침대로 몸을 던졌다. 푹신하고 좋아서 더 억울했다. 갑자기 경찰들이 나인원원을 외치며 자신을 끌고 갈 것만 같아서. 침대를 같이 가져가달라고 하면 안 되겠지? 실없는 말들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이젠 개새끼가 아니라 다른 의미로 머리가 아팠다. 충동적으로 호텔에 있는 바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그 때문일지도 몰랐다. 호텔 7층의 라운지 바는 저녁 9시가 넘어가는 시각이면 사람들로 붐빈다고 했다. 행선지가 소름 돋게 겹쳐버린 그 사람들도 오려나. 차라리 술 마시고 오해를 푸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나타는 갑작스레 몰려오는 잠에 눈을 감았다. 라운지 바든 뭐든 일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자. 5일이나 있을 플로리다였다. 조금 천천히 하는 것도 괜찮았다. 호텔 침대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 거려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라운지 바에 가보고 싶은 것은 또 별개였기 때문에 히나타는 정직하게 10시에 알람을 맞췄다.

 

 

*

 

 

   미국의 라운지 바는 일본보다 훨씬 자유로웠다. 히나타는 바 안에 발을 들이자마자 구석에서 달라붙어 격하게 키스하는 남녀를 목격하곤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프리덤 아메리카. 역시 자유의 나라….

 

   히나타는 사람들에게 밀려 바 가장자리에 자연스럽게 착석했다. 계속 두리번거렸지만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의외네, 있을 줄 알았는데. 서툰 영어로 칵테일 하나를 시킨 히나타가 턱을 괴었다. 심심하네. 옆자리 사람은 일행과 대화를 하느라 바쁜 것처럼 보였다. 그때 히나타에게 두 명의 남성이 다가왔다. 얼유얼론? 하길래 예스, 하고 대답한 히나타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팔이 감겼다. 당황스럽다. 심심하다곤 했지만 이런 걸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히나타가 예의상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혼자 오지 않는 편이 나았나. 불쾌한 기분에 사로잡힌 히나타는 자신의 등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도 몰랐다.

 

   저기요. 그때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지막히 울려 퍼졌다. 지금 당장 안 꺼지면 경찰 부를 줄 알아. 발음을 더듬는 히나타와 달리 유창한 영어였다. 히나타가 고개를 틀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올려다보았다. 안경 쓴 그 남자. 비행기 옆자리 남자의 옆자리였다.

 

   “미국 처음 와 봐요?”

   “네?”

   “방금 쟤네가 당신 술잔에 약 탔어요. 알고 있어요?”

 

   이번엔 일본어다. 그 변환이 너무 자연스러워 히나타는 아직도 제 앞의 남자가 영어를 하는 줄 알았다. 아, 아뇨…. 직접 마주보자 아우라가 더 대단했다. 남자가 히나타의 옆 빈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저는 미우라 사토시예요.”

   “히, 히나타 쇼요입니다.”

   “저희 오늘 많이 봤죠?”

 

   네, 아. 제가 절대로 스토킹하는 게 아니라요…. 알아요. 표정에서 다 드러나거든요, 그런 생각하는 거. 변명하던 히나타가 정곡을 찌르는 말에 하하,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오해를 안 했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요? 네.

 

   “히나타 씨는 여기에 왜 왔어요?”

   “그게… 이별여행이요.”

   “혼자 아니었어요? 애인 있었구나.”

   “아뇨, 헤어졌어요. 저 혼자 하는 이별여행이에요.”

   “아아.”

   “미우라 씨는요? 여기 왜 왔는데요?”

   “저는 와카토시… 아니, 약혼자랑 함께 왔어요.”

 

   아. 역시 약혼자…. 히나타가 미우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왔다기엔 너무 우울해 보이는데. 정략혼이 아니고서야 약혼했다면 그만큼 사랑을 한 것이 아닌가. 비행기에서 발동했던 히나타의 오지랖이 미우라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무슨 일 있어요? 미우라는 대답대신 쓴웃음을 짓고는 제 술잔을 한 번 기울였다.

 

   “그 사람은 절 안 좋아하거든요.”

   “네? 왜요? 약혼자라면서….”

   “정략혼이에요.”

 

   진짜였어?

 

   “…드라마에 나오는 그거요?”

   “네. 드라마에 나오는 그거.”

 

   미우라가 웃었다. 눈꼬리가 위로 올라간 날카로운 인상이 눈웃음을 지으니 순진하게 바뀌었다. 그럼… 미우라 씨는요? 저요? 네. 미우라 씨요. 그 분을… 사랑하세요?

 

   사랑하지 않는 연인 관계는 힘들다. 그건 연인이란 단어를 붙일 수도 없는 무미건조한 감정일 뿐이었다. 히나타 또한 혼자만 붙잡은 사랑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오지 않았던가. 서로에게 충실하지 않은 비즈니스적 관계는 짧게 보나 길게 보나 버겁게 다가온다. 소모적인 감정싸움만 계속될 뿐이었다. 히나타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와카토시 씨를, 아. 그 사람 이름이 와카토시예요. 우시지마 와카토시. 그러니까… 사랑하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평생을 함께 할 파트너로는 괜찮다고 생각할 뿐이죠, 그냥. 그런데 그 사람은 저에게 관심도 없어보여요.”

   “사랑하지 않는 거잖아요, 그건! 애초에 사랑했다면 더 어려웠겠지만.”

   “…어렵다고요?”

   “네. 그럼 끊어내기 힘드니까요. 저도 그랬거든요.”

 

   히나타가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우라 사토시와 히나타 쇼요는 많은 면에서 닮아있었다. 둘은 대화를 지속하며 그 점을 알아차리곤 여러 번 웃었다. 그래서 헤어지자고 한 다음에요? 쫓아냈어요. 겨울인데 양말차림으로요. 신발은 나중에 던져주긴 했는데요…. 히나타 씨, 장난 아니네요. 서로를 마주보며 술잔을 기울이고 부딪쳤다. 벌써 시간은 새벽 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제 말은… 미우라 씨가 이건 아니다 싶을 때 확실하게 끊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 우시지마 씨라는 사람한테도 어쩌면 그게 나을 지도 모르잖아요.”

   “그럴까요?”

   “네, 분명요.”

 

   미우라와 히나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은 객실로 가는 엘레베이터를 타고서도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다 히나타의 객실 앞에 다다라서야 작별인사를 했다. 객실이 다른 층인데도 한사코 데려주겠다는 미우라에 히나타는 두 손 두 발 다 들며 미우라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잘 자요. 히나타 씨도요.

 

   히나타는 침대에 몸을 누이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무서운 사람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상냥하고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혼자 악다구니 쓰며 떠난 여행에 가까워 뜻하지 않은 응원을 얻은 기분이었다. 속에 담았던 말들을 풀어내니 이별여행은 벌써 끝난 것 같았다. 기분이 홀가분했다.

 

 

*

 

 

   “히나타 씨, 고마워요. 덕분에 잘 끝냈어요.”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다음 날이었다. 낮엔 내내 코스가 안 겹치다가 저녁이 돼서야 해변가 식당에서 미우라 씨를 다시 만났다. 눈인사로 말을 대신하곤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힐끗 본 저쪽 테이블 상황도 그렇게 나쁘진 않아보였다. 그렇게 마음 놓고 호텔로 돌아가려다 바에 다시 들렸다. 미우라가 또 있을까 싶어 기웃거린 거였는데, 오늘은 우시지마란 사람도 함께 있었다. 사이가 다시 좋아진 줄 알고 객실로 발걸음을 돌렸는데 등 뒤에서 마찰음이 퍼졌다. 그리고 이 상황이다.

 

   아니, 잘 끝냈다기보단… 히나타가 우시지마의 붉어진 뺨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렇게 끊으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다행이네요…. 덧붙이곤 제 연락처를 강탈하다시피 가져가는 미우라를 떠나보냈다. 당당하게 걷는 발걸음이 전보다 훨씬 좋아보였다. 먼저 일본으로 돌아갈 셈인 것 같았다.

 

   히나타는 순식간에 혼자 남겨진 우시지마에게 몇 걸음 다가갔다. 우시지마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한 채로 뺨을 만져보고 있었다. 얼얼하겠다. 그래도 부풀어 오를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안 잡아요?”

   히나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우시지마의 모습에 네, 우시지마 와카토시 씨 당신이요. 하고 말하려던 마음을 꾹 눌러 담았다. 정말로 진지하게 왜 잡아야하냐는 고민을 하는 얼굴이었다. 히나타는 우시지마의 뺨을 망설임도 없이 때린 미우라의 마음을 백번 이해했다. 더 때리지 그랬어요.

 

   “저기.”

   “…생각해봤는데 저 정말 이 오지랖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같이 술 마셔요. 그래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 거 아니에요.”

 

 

*

 

 

   깨질 것 같은 머리에 슬며시 눈을 떴다. 객실인 줄 알았는데 뭔가 이상했다. 몸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처음엔 일본에서도 안 눌리던 가위를 미국에 와서 눌리는 줄 알았다. 히나타는 어제의 일을 찬찬히 기억해냈다. 바에서 술을 마시다 객실로 옮겨 얘기를 나누고, 풀어진 분위기에서 장난을 친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러다가 어떻게 됐더라.

 

   …아. 히나타는 저도 모르게 침대시트를 꾹 쥐었다. 장난을 치다 얼굴이 가까워졌다. 술기운인지 뭔지는 몰라도 우시지마와 히나타는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 둘이었고, 그대로 입술이 부딪혔다.

그렇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키스했다.

 

   미쳤어. 히나타 쇼요는 오늘부로 일본 최고 미친놈이다. 판판한 가슴이 등 뒤에서 오르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혀 깨물고 죽어도 괜찮지 않을까. 맨 살에 닿는 뜨거운 체온이 적나라했다. 하나 다행인 것은 몸 상태도 정상이고 바지도 착실하게 입고 있는 것을 보아 정말로 큰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란 거였다. 히나타는 제 몸을 감싼 우시지마의 팔을 들어 올리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뒤척거린 우시지마가 혹시라도 잠에서 깰까 숨을 죽이고 발뒤꿈치를 들었다. 상의가 다 구겨지게 머리를 밀어 넣곤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왔다.

 

   제 객실로 돌아온 히나타는 곧장 츠키시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줄 사람이 얘 말고 더 있을까. 히나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착실하게 정리를 끝 마쳤다.

 

   나 X됐다.

   다행스럽게도 빠르게 전화를 받아준 츠키시마 덕에 히나타는 구구절절 스토리를 얘기하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츠키시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히나타의 행동에 독설을 달았다.

 

   “…그래서 말이야.”

   - 부끄러운 일이 뭐가 또 남았어?

   “이게 하이라이트거든?”

   - 말해.

 

   꼴깍. 침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도 들릴 정도로 크게 났다. 히나타는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한 번 축이곤 힘겹게 말을 꺼냈다.

 

   “…그 사람이랑 키스했어, 내가.”

   - …미쳤냐?

   츠키시마의 말을 끝으로 몇 분간 정적이 흘렀다. 전화가 아니었다면 츠키시마가 자신을 무슨 눈으로 바라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 어떡하지? 떨리는 목소리가 재차 말꼬리를 높였다.

 

   - 일단 빨리 돌아와. 어차피 이름 빼곤 아무것도 모른다며.

   “그게… 내가 사는 지방까지 말한 것 같아서.”

   히나타의 목소리가 떨렸다. 머릿속에 츠키시마의 안경 사이 구겨진 11자 미간이 그려졌다.

   - 그것만 가지고 미야기 현에서 널 찾을 수 있겠어? 어차피 그 정도면 포기할 거야. 잔말 말고 빨리 귀국해, 멍청아!

   “츠키시마… 나 여기 이제 2일 있었,”

   - 플로리다고 뭐고 오라고.

   “넵.”

 

   히나타는 원래 귀국하려 예매한 티켓을 급하게 취소했다. 빈자리가 있는 비행기는 시간이 3시간 밖에 안 남았다. 히나타는 서둘러 객실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복도에서 우시지마와 만나지 않은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히나타는 그 길로 얌전히 일본으로 돌아왔다.

 

 

*

 

 

   귀국한지 2주 째 되던 날이었다. 노란색 후드티에 패딩까지 껴입고 집 앞 편의점에 과자나 하나 사러 나가던 참이었다. 미야기 현의 겨울은 추워도 너무 추웠다.

   익숙한 인영에 눈살을 찌푸렸다. 히나타는 반사적으로 등을 돌렸다. 모르는 사람임을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눈치 채기 쉬운 머리카락을 후드티로 가리기까지 했다. 등 뒤에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있을까를 생각하기엔 너무 짤막한 시간이었다. 결국 히나타의 팔이 붙잡혔다.

 

   “…왜 도망갔지?”

 

   히나타는 원치 않는 재회의 첫 말이었다. 우시지마 씨는 그 상황에서 안 도망가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우시지마는 히나타를 붙잡았던 손을 치우곤 아예 앞을 막아버렸다. 도망가려고 하는 낌새만 눈치 채면 바로 다시 잡힐 것 같은 거리였다. 히나타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어떻게 찾았어요? 매일 왔다, 이곳에. 한가해요? 아니, 오히려 그 반대지. 그럼 왜…

 

   “히나타 쇼요.”

   “…왜요.”

   “결혼하지 않겠나.”

   …뭐라고요? 청혼이다. 히나타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지금까지 히나타가 살면서 들은 말 중에 어이없는 말 탑 쓰리를 고르라고 하면 3위도 2위도 아니고 1위를 차지 할 말이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 얼마나 봤다고 이러는 거야.

 

   “절대 거절하겠습니다.”

   “왜지?”

   “그걸 말이라고 해요? 우리 2주 전에 처음 만났어요.”

   “미우라 사토시와 나는 만난 지 3시간 만에 결혼을 결정했…”

   “아, 거긴 집안끼리 한 거라면서요! 그거랑은 다르죠.”

   “그럼 오래 보면 괜찮나?”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히나타는 미우라의 마음에 또 다시 공감했다. 다시는 공감할 순간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벽이랑 대화하는 것 같다. 그 사람은 하나를 결정하면 그걸 굽히기까지 엄청나게 오래 걸리거나 절대 안 굽혀요. 새벽에 술 마시며 들었던 미우라의 말이 구구절절 다 맞았다.

 

   “그렇다면?”

   “애초에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건데요.”

   “…반했다고 하면 믿을 건가?”

   “아뇨.”

   “반했다. 내가 너에게.”

 

   히나타는 이 남자를 어떻게 설득해야하나 같은 생각도 접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건 튀는 수밖에 없다. 마음을 고쳐먹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우시지마가 점점 히나타에게 다가왔다. 아까는 팔을 다 뻗어야 닿을 거리였다면 지금은 조금만 뻗어도 닿을 거리였다.

 

   “…농담이죠?”

   “농담처럼 보였다면 미안하군.”

   “전 미우라 씨한테 미안해서라도 우시지마 씨랑 다시 만나기 싫었거든요?”

   “…왜 미안하지?”

 

   이런 점이 미안하다고요! 히나타가 꽥 소리를 질렀다. 전 약혼자의 친구에게 청혼을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다. 물론 그 친구가 하룻밤 새벽 술 친구였고, 아무리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 남자는 정말로 답이 없다. 대체 성격이 어떻게 되어먹은 거야. 불도저도 이런 불도저가 없었다.

 

   “그럼 지금 당장 전화를 해보지.”

   “미쳤어요?”

   “그게 문제라면 허락을 맡으면 되는 일이 아닌가.”

   - 여보세요?

   “빨리 전화 끊, 우시지마 씨! 야!”

   정정한다. 답이 없다 뿐이 아니라 마이너스다.

 

   “사토시. 내가 히나타와 교제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나?”

   “당연히 있겠죠!”

   지금 저걸 말이라고 하나 싶었던 히나타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없는데요? 즉시 들려온 수화기 너머의 깔끔하고 스마트한 발음이 도리어 히나타를 벙찌게 만들었다. 네? 반문한 히나타에게 다시 스피커폰의 음이 착실히 미우라의 말을 전했다.

 

   - 없어요.

   “…왜요?”

   - 전 그런 거로 뒤끝 없어요. 행복한 교제 하세요, 히나타 씨 울리면 와카토시 씨는 두고 보고요.

   “고맙군. 용건은 이거로 끝이다.”

 

   뚝. 우시지마의 말을 끝으로 전화가 칼같이 끊겼다. 너무 날카로워서 베일 뻔 했다. 히나타는 모르는 척 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며 나지막히 내뱉었다. 저도 그럼 이만… 먹고 튀는 건가? 또 한숨이 나온다. 벌써 몇 번째 쉬는지 모르겠다. 히나타는 우시지마를 올려다보았다. 변함없는 무표정은 화를 더 달궜다. 말은 바로 하죠, 키스는 우시지마 씨가 먼저 했거든요? 목소리에 절로 짜증이 담겼다. 히나타는 제 말에 작게 웃음을 흘리며 턱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우시지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과연 그럴까. 내 기억은 조금 다른데.”

   먼저 기분 좋아했던 게 어디의 누구… 히나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 입을 틀어막아야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주면 됐죠? 현명한 선택이군. 낭패였다. 히나타는 우시지마에게 말려들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행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더니, 너무 급작스러운 시작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히나타는 플로리다의 더운 날씨를 떠올렸다. 새로운 마음을 갖고자 새로운 곳에 갔는데 정작 얻은 건 마음도 뭣도 아니고 새로운 구애남이었다. 겨울의 플로리다에서 입김이 나온다 해도 이것보다 당황스럽진 않을 것 같았다.

 

   착잡한 심정이 든 히나타는 미우라의 문자 메시지를 보자마자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히나타 씨, 우시지마 씨랑 약혼하지 마세요. - 경험자.’

   그런데 어떡해요, 미우라 씨.

   이 사람 정말로 저랑 결혼할 생각인 것 같아요.

후기

아이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지금은 아마 히나른 판도 사람이 많이 바뀌어서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정말 큰 애정을 품고 근 2년간 사랑했던 커플링이라 계폭 후 어렵게 합작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글에 공을 들이려고 노력했는데 잘 읽히셨나 모르겠어요. 합작을 열어주신 주최님께 감사드리고, 참여를 권유해주었던 지인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제 마지막 히나른 연성을 부족한 글로 마무리하게 되어서 아쉬움이 남네요.

 

뒷이야기가 궁금하실까 덧붙이자면, 히나타는 우시지마랑 결혼합니다. 히나타 전남친은 우시지마한테 밀려서 자기 선택을 후회하게 되고요. 미우라 사토시는 혼자 살면서 집안의 중요한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우시지마와는 동업자 관계로, 히나타와는 친한 형동생 사이로 남게 돼요. 츠키시마는 히나타를 짝사랑 해왔다는 설정이었는데 이럴 거면 츠키히나우시로 할 걸 혼자 후회했네요. 이젠 정말로 마무리 인사를 드릴게요.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봬요.

합작 선공개 리뷰

익명님 (@익명)

재밌어. 짜릿해. 최고야.
오이오이 얀님 믿고 있었다구요~
Free Florida Yeah
비행기에서 플래그 꽂기 꿀잼이네요 아 츠키시마 후추 조금만 더 뿌리시지 더 spicy할 텐데 저 모브 츠키시마 친척이었으면 이거 미드 각 아닌가요? 아무튼 이번 합작의 양념 담당 인정합니다

익명님 (@Rqre_ve0)

우선 히나타가 초반부에 정말 안쓰러웠습니다ㅠㅠ. 개새끼.. 누군지 궁금하지만 일단 너는 연애 앞으로 평생 하지 마라..^^ 음, 그래도 1학년들의 우정을 보고 내 새끼 친구 잘 사귀었구나.. 뿌듯했어요. (??) 츠키시마.. 저 정말 호텔 예약했다는 거 보고 히나타와 함께 울컥하는 줄 알았어요. 저도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네요. 아 물론 울컥할 뻔했던 이유는 안쓰러움과 츠키시마의 멋짐 때문~! 찬양하라 츠키시마 케이.!! 미우라씨.. 처음 나왔을 때는 저도 히나타와 똑같이 어 무서운 사람일 거 같아. 히나타 조심해. 였는데 조금 지나고 바에서 만났을 때는 정말.. 미우라씨에게 두근거렸습니다. 그리고 히나타에게도 두근거렸어요. 이야기를 들어주면 정말 힘이 나거든요! 아, 미우라씨와 히나타의 대화도 정말 두고두고 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두 사람 딱 봐도 케미가 잘 맞는 거 같고.. 대화가 귀여워요. 음 너무 미우라씨와 히나타의 이야기만 했네요. 우시히나의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미안하다 와카토시. 나도 네 말 듣고 답답했어! 그래도 우리 쇼요한테 잘해줄 거 같아서 흐뭇허다.. / 우리 쇼요 울리면 끝은 맴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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