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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를 이탈하여, 방향을 재검색합니다.

쿠로히나마츠_썰 푸는 하리 (@Hari_sadam)

 

 

   *약간의 수위와 담배 언급이 있습니다.

 

 

   의식 하지 않으려 할수록 오히려 더욱 시선이 쏠렸다. 생각이라는 것은 본래 그런 것이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 도르륵. 눈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지금 히나타 쇼요의 눈은 두 남자의 입술을 번갈아 가며 응시하고 있다. 그렇게 여러 번 눈을 굴리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계속해서 입술을 바라보던 중 께름칙한 느낌이 들어 시선의 중심을 살짝 올려보니, 그 사람도 히나타를 응시하고 있었다. 심지어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한 상태였다. 누가 봐도 좋은 뜻은 아닌 미소였다. 황급히 책 속으로 들어가다시피 몸을 숙였다. 더 이상의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간 오해하기도, 오해받기도 딱 좋은 상황이다. 다른 한 사람도 이상함을 눈치 챘는지 히나타가 앉아 있는 방향을 대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아, 신이시여……. 교회도 다니지 않는 히나타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신을 찾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계 속의 바늘은 움직일 생각을 않았다. 이건 전부 며칠 전의 그 이야기 탓이다. 그 이야기를 듣지만 않았어도 멍하니 남자들 입술만 쳐다보고 있지는 않았을 텐데.

 

 

*

 

 

   며칠 전.

 

   “히나타 선배!”

 

   강의가 끝나자마자 황급히 문 쪽으로 걸어가 복도로 나가려던 히나타 뒤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 이래서 빨리 나가려고 했던 건데…….

 

   “히나타 선배, 잠시만요.”

   “왜 모른 척해요. 여러 번 불렀는데.”

   “어…. 미안.”

 

   아까부터 노이로제에 걸릴 수준으로 히나타의 이름을 부른 이 사람의 이름은 쿠로오 테츠로, 유아교육과에서는 물론 다른 과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놈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아, 선배 여기 있었구나.”

 

   그리고 설렁설렁 걸어오며 넌지시 반말을 해오는 저 사람은 마츠카와 잇세이. 쿠로오와는 다른 의미로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놈이다. 둘 다 들리는 소문은 많지만 어느 하나 확실한 것은 없다. 하지만 사람 홀리는 재주 있는 건 확실하다. 음, 그렇지만 전체적인 둘의 분위기는 좀 다를지도. 쿠로오가 말로써 사람을 홀린다면 마츠카와는 분위기나 몸으로 꼬시는 느낌이니까.

 

   줄이자면 저 두 사람은 히나타가 속한 유아교육과에서는 물론이고 학교 내에서 남녀불문 연애감정으로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놈들이란 말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저 두 사람은 히나타에게 비정상적으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우리 할 말 남아 있지 않아요? 없다고 하지 마요. 선배가 없더라도 나는 있어.”

   “잠깐 기다리지? 마츠카와. 지금 나랑 먼저 이야기하고 계시는데.”

   “요즘은 불러 세운 순서로 말하는 순서 정하나 봐? 그런 건 누가 정했대? 혹시 네가?”

 

   대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아, 여기 좀 보세요~ 하고 광고를 한다, 아주.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두 명이 중간에 쪼끄만 남자 하나 끼워두고 싸우는 꼴이라니. 흥미가 안 생기려야 안 생길 수가 없는 광경이다. 머리가 다시 지끈지끈 아파온다. 내가 이래서 이것들이랑 엮이기 싫었는데. 하지만 우선은 자리는 옮기는 게 먼저다.

 

   “그래, 얘들아 일단 알겠으니까 자리 좀 옮기자 제발.”

   “네? 아, 잠시……”

   “너희 수업 다 끝났지?”

   “그렇긴 한데……”

   “그럼 됐네. 얼른 가자, 얼른.”

 

   히나타는 황급히 두 사람의 손을 잡고 복도를 빠져나왔다. 아니, 근데 얘네는 쪽팔린 것도 모르나? 나라면 쪽팔려서 더 서 있지도 못할 것 같은데. 아니지, 항상 저런 얼굴들로 살아왔으니 오히려 저런 반응이 익숙할지도?

 

   “저, 그, 선배.”

   “어? 왜?”

   “아니, 그, 손을 계속 잡고 계셔서.”

   “아, 그, 미안.”

 

   히나타는 황급히 손을 떼었다. 얘네한테서 멀어지려고 따로 불러낸 건데 손까지 잡고 끌고 오면 어쩌자는 거냐. 히나타 쇼요!! 몇 분 전의 자신에게 멱살이라고 잡아 짤짤 흔들고 싶다.

 

   “아니, 싫었던 건 아닌데.”

   “후우…….”

 

   쿠로오가 멋쩍은 듯이 말했다. 슬쩍, 마츠카와 쪽을 살펴보니 저 쪽도 연신 마른세수 중이다.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 너무 이상한 거 아냐? 얘네 얼굴이면 손이라면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원 없이 잡아봤을 텐데. 왜 이렇게 호들갑이람. 아니, 아니지. 우선은 관심을 나에게서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게 먼저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 거의 끊었었는데.

 

   “너희도 한 대 필래?”

   “저는 괜찮아요.”

   “저도. 담배는 안 해서.”

 

   웬일로 두 명 다 거절한다. 둘 다 생긴 건 하루에 담배 1갑씩 피게 생겨가지고. 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그런데 선배, 담배 피셨어요? 담배 냄새 전혀 안 나던데?”

   “어, 거의 끊었었는데, 지금은 좀 하고 싶네.”

 

   정적이 흐른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이야기를 끝마친 후에는 어떻게 얼굴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 녀석과 엮여서 저 수많은 관심과 시선을 다 받아낼 자신은 없다. 조금 전에 상황만 봐도 알 수 있잖아. 후읍, 한 숨 깊게 들이마시고 히나타는 입을 떼었다.

 

   “그러니까… 쿠로오, 저번 겨울 MT 때 그 일은 미안하게 생각해.”

   “….”

   “….”

   “그러니까, 음, 그때 내가 제정신은 아니었잖아?”

   “선배.”

   “ㅇ,어?”

   “진짜 기억 안 나세요?”

 

   마츠카와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히나타를 바라보았다. 저건 또 무슨 소릴까. 내가 기억이 안 난다니? 기억이 나서 지금 이 상황에 처한게 아닌가.

 

   “진짜로 기억 안 나세요? …저희 둘이 키스한 거.”

   “……뭐?”

 

   내가 마츠카와랑 키스를 했다고??? 쿠로오랑 한 게 아니라???

 

 

*

 

 

   겨울 MT

 

   “왕 누구야, 왕!”

   “나나난ㄴ나! 왕 나ㄴ나!! 자, 1번 5번 키스해!”

 

   뭐야, 1번이랑 5번 누구야!! 둘이 얼른 말하고 키스해라!! 왕이 명령을 내리기만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바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게 먹잇감 노리는 맹수가 따로 없다. 후배들이 이렇게나 무서울 수 있다는 걸 히나타는 이날 처음으로 깨달았다. 어디 보자, 나는 …어, 1번?

 

   “일단 5번은 접니다~”

 

   과 내에서 항상 화제의 중심인 쿠로오가 번호를 보여주며 손을 들자 올라갔던 분위기가 더 고조된다.

 

   “1번은 나야.”

   “헐, 히나타 선배야? 어뜩ㄱ해!!”

   “둘이 얼릉ㅇ 키스하세요!!”

 

   결국 이렇게 되나. MT 때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고 지금 키스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쟤도 나랑 키스하는 거 꺼릴 것 같은데. 쿠로오는 그나마 덜 취한 것 같고 일단 말리는 게 좋겠지.

 

   “얘들아, 일단 쿠로오 의견은 들어 봐야……”

   “저는 좋은데.”

   “어?”

   “저는 괜찮다고요. 선배랑 하는 거.”

   “뭐야!! 그럼 됐네요!! 두 분 얼른 해ㄹ라!!”

   “키스해, 키스해!!”

   “얘들아 잠시만, 진정 좀 하ㅈ……”

   “선배. 저랑 키스 하기 싫어요?”

   “아니, 싫은 건 아닌데, 네가 분위기 때문에 하는거면 괜히 미안해서 그렇지….”

   “저 분위기 때문에 하는 거 아닌데. 선배랑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헐, 미친. 뭐야. 묘한 분위기에 하나 둘, 입을 틀어막기 시작했다. 얼굴에 열이 확 오른다. 이제 와서 취기가 도는 건가.

 

   쿠로오의 손이 히나타의 두 뺨을 감쌌다. 살짝 차가운 큰 손과 길게 뻗은 손가락이 술 때문에 열이 오른 볼을 감싸는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촉. 쿠로오의 입술과 히나타의 입술이 마주 닿았다. 아까까지 술을 마셔서 그런지 쿠로오의 입술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으응….”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 된다고 한 건 자신이었으면서. 히나타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오물거렸다. 이에 답하듯 쿠로오는 히나타의 젖은 입술을 몇 번이고 핣고 비비며 부드럽게 눌렀다. 눈을 감지 않았기에 눈동자에 비치는 서로의 감정이 손바닥 보듯 읽혔다. 촙. 마지막으로 깊게 입술을 겹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떨어졌다.

 

   “자자, 다시 게임 해야지?”

 

   묘한 분위기를 풀기 위한 마츠카와의 재촉에 하나 둘 다시 게임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

 

 

   몇 시간 후, 후배들의 재촉에 연거푸 술을 들이켜던 히나타는 만취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히나타를 자연스럽게 술자리에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준 건 마츠카와였다.

 

   “오디가아. 나 아직 안 취해써~”

   “그래그래, 얼른 방 가서 주무십시다~.”

   “우응, 나 혼자 갈 수 이써어~!!”

   “아까도 혼자 화장실 가려고 하시다가 힘 풀려서 넘어지신 건 누구시더라?”

   “그거느은, 화장실 앞에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써….”

   “푸흡, 아 그랬어요? 화장실 바닥이 나빴네. ㅋㅋ”

 

   우와.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구나. 저렇게 웃으니까 되게 잘생겼네…. 아니지, 원래 잘생기긴 했으니까 더 잘생긴 거구나….

 

   “우아….”

   “응? 왜?”

   “아니, 너 디게 잘생겨쏘….”

   “나 잘생겼어요?”

   “웅…. 너 내 취향이야…. 디게 잘생겨쏘.”

 

   히나타의 말을 듣고 마츠카와는 잠시 멈칫 하나 싶더니, 그걸 끝으로 둘 사이엔 침묵만이 돌았다. 말없이 걸어가던 마츠카와는 히나타네 방문 앞에 도착하자 말을 꺼냈다.

 

   “…선배 나랑도 게임 한 번 할래요?”

   “어, 머야. 아직 왕게임 안 끝나써?”

   “아뇨, 왕게임이 아니ㄹ……”

 

   춥. 갑작스레 닿아오는 히나타의 입술에 눈을 마츠카와는 순간 놀라는 기색을 보이는가 싶더니 벌어진 틈 사이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우응, 후으. 히나타를 품 안에 껴안고 더욱 깊숙이 혀를 밀어 넣었다. 서로의 타액과 여린 살이 부벼지며 자아내는 소리가 야살스럽다. 숨결에서 나는 알코올 냄새는 두 사람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츠카와는 혀를 섞는 게 아니라 히나타를 잡아먹을 수준으로 핥고 빨아올렸다. 새벽, 아무도 없는 복도는 혀를 굴리고 타액이 섞여 흘러내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호흡이 더욱 거칠어졌다. 히나타의 상태를 눈치 챈 마츠카와가 혀를 한 번 강하게 빨아올리고 서서히 떨어진다. 쪽. 아쉬웠는지 아무 말 없이 히나타의 머리카락에 한 번 더 구애하듯이 입술을 가볍게 겹치고는 예쁘다는 듯이 웃었다. 눈에 그대로 드러나는 감정을 숨길 생각은 없어 보인다. 아, 이거 아까 그 표정이네. 되게 이쁜 표정….

 

 

*

 

 

   툭. 히나타 손에 들려있던 담배가 속절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그게, 그러니까, 그때 복도에서 키스했던 사람이 쿠로오가 아니라 마츠카와, 너였다고??”

   “네.”

 

   그렇다면 마츠카와의 관심이 갑자기 나에게로 쏠린 것도 설명이 된다. 그러니까 나는 술 게임에서 키스한 사람이랑 복도에서 키스한 사람 둘 다 쿠로오였던 줄로만 알았는데 술게임 때 했던 건 쿠로오였고, 복도에서 키스한 건 마츠카와였다니. 복도에서 했던 키스했던 사람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하고 머리가 흑발이란 것밖에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쿠로오라고 착각한 거였다. 쿠로오는 술 게임 때문에 그렇다 쳐도 마츠카와는 왜 저러나 싶었는데…. 그나저나, 게임 하자길래 앞뒤 안 보고 왕게임인 줄 알고 키스부터 갈기다니, 나 자신의 의지로 죽자, 히나타 쇼요!! 이야기를 꺼내기 전보다 더 얼굴 보기 힘들어졌잖아.

 

   하으아. 입에서는 신음 비슷한 괴상한 소리가 이 사이로 새어나왔다.

 

   “그래서 누구랑 할 거예요?”

   “어? 뭐를?”

   “연애요.”

   “ㅁ, 뭐? 연애???”

   “쟤도 저도, 선배한테 관심 있는데. 선배는 어때요?”

   “잠시, 잠시만. 그, 생각할 시간을 줘.”

 

   그러니까, 나는 겨울 MT 때, 쿠로오랑 한 번, 마츠카와랑 한 번씩 키스를 찐하게 한 상태고,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둘은 지금 나한테 호감이 좋아하는 감정으로 바뀌는 수준까지 왔다는 건데… 왜 하필 나지??? 히나타는 스스로 생각해봐도 저를 좋아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키도 작은 편이고 얼굴은 평균적인 외모고 특별히 사람을 휘어잡을만한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무슨 인소 주인공도 아니고 이게 대체….

 

   “음, 저기 물어볼 게 있는데… 너희 내 어디가 좋아서 그래?”

   “예?”

   “네?”

   “아니, 너희는 얼굴도 잘생겼고, 목소리도 좋은데 왜 나를 좋아하나 싶어서.”

   “굳이 따지자면 선배는 웃을 때 귀여워요.”

   “웃으면서 접히는 눈꼬리랑 눈동자도 너무 예쁘고요. 히나타 선배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져요.”

   “또 키스할 때는 눈 꼭 감고 혀 굴리는 게 귀여웠고, 또.”

 

   그만, 그만! 알았으니까 그만. 후우, 얘네는 진짜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 망설임도 없이 술술 나오는 대답에 오히려 히나타의 말문이 막혔다.

 

   “이유를 따져야 하나?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어요.”

   “그냥요. 그냥 선배가 좋아요.”

 

   가볍게 말하는 쿠로오와 마츠카와였지만 히나타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어, 그러…네. 감정의 이유를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 감정의 유무가 중요한 거니까. 그냥, 똑바로 보기만 하면 알 수 있었는데. 어쩌면 나도 호감이 생겼지만 나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기 부담이 되어서 무의식적으로 지금까지 그들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을 등한시했는지도 모른다. 하, 이렇게 편하게 생각하면 되는 데. 이렇게 쉽게 풀릴 문제를 뭐 그리 끙끙 앓았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한층 시원해진 기분이 들었다.

 

   “이제 어느 정도 생각 정리는 된 것 같은데.”

 

   …아니 잠깐. 내가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겼다면,

 

   마츠카와가 자연스럽게 히나타의 손을 자신의 얼굴로 가져다 대었다. 술김에 키스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 감정이 향하는 방향은,

 

   “그러면”

 

   쿠로오가 다른 한쪽의 손을 들어 히나타의 손바닥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고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선배 마음은, 어느 쪽?””

 

   어느 쪽 인거지?

 

   두 사람이 동시에 히나타의 눈을 바라보았다. 망설임이나 갈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눈이었다. 끝없는 그 감정에 깊이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

 

 

*

 

 

   히나타는 모르는 이야기.

 

   마츠카와는 히나타를 방에 데려다주고 텅 빈 복도를 걸었다. 방금 전, 입술에 느껴졌던 감촉은 부드러우면서도 진했다. 톡. 자신의 입술을 한 번 스치듯 만져본 마츠카와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아무도 없는 복도 반대쪽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마츠카와의 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익숙한 실루엣이었다. 쯧. 마츠카와의 눈동자에 비치는 감정은 조금 전과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상대방은 웃는 얼굴이었지만 누가 봐도 좋은 뜻의 미소는 아니었다.

 

   “뭐 하자는 건데? 쿠로오.”

   “취한 사람 상대로 키스라니 너 너무한 거 아니야? 마츠카와.”

   “분위기로 몰아가서 선배랑 키스한 새끼는 어디에 누구였더라.”

   “나는 인사불성인 사람이랑은 안 해.”

   “말은 똑바로 하자. 내가 달려든 게 아니라 선배 쪽에서 다가온 거지.”

 

   싸늘한 침묵이 둘 주변을 감쌌다. 쿠로오와 히나타가 키스하고 마츠카와가 바로 분위기를 전환 시켰지만 마츠카와는 대놓고 도발하는 쿠로오의 표정을 바로 읽을 수 있었다. 지도 그랬는데 자신이라고 안 될게 뭐가 있어? 그렇게 아무 말 없던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지나쳐갔다.

 

   둘은 알고 있다. 자신들이 백날 싸워봤자, 히나타가 누구를 선택할지는 그건 히나타의 몫이라는 걸. 그렇지만

 

   ‘‘기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네.’’

 

   두 사람은 그날 밤, 씁쓸함과 기대감이 섞인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후기

썰 푸는 하리 (@Hari_sadam)

안녕하세요. 썰푸는 하리입니다. 프로지각러답게 이번 합작도 지각을 해부렀네요……. 중간에 저장을 안 하는 바람에 반 정도의 분량과 결말 키워드가 다 날아서 현타가 오지게 왔었지만, 잘 이겨냈습니다.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겨울 MT때 히나타는 술 게임 때 쿠로오랑 한 번, 마츠카와와 복도에서 한 번 키스를 했었는데 히나타는 그게 전부 쿠로오랑 했던 것인 줄 알았던 거죠. 복도에서 했던 키스했던 사람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하고 머리가 흑발이란 것밖에 기억했기 때문에 쿠로오라고 착각한 것이구요. 그리고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겨울 MT-> 쿠로오와 마츠카와의 신경전-> 며칠 전의 이야기(이 사이에 쿠로오와 마츠카와가 진실을 알려주죠), 히나타가 진실을 알게 되고, 결말-> 맨 처음 부분입니다.

 

맨 처음의 부분은 마지막 장면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마,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누군가와 사귄다고 할 수 없지만, 히나타 스스로도 호감의 목적지를 모르니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던 것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ㅠㅠ

 

부족한 필력으로 인해서 이해가 잘 안 되셨을 수도 있겠네요. 머리 박고 사죄드립니다…. 주제가 한겨울의 여행인데 중심소재가 되어야할 MT가 그냥 해프닝의 원인이 되어부럿네요. 머리 박고 사죄 드립니다222…. 히나타가 모르는 이야기는 그냥 히나타 두고 경쟁구도 펼치는 두 사람이 보고 싶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족하고 어색한 글 봐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꾸벅) 다들 히나른 하세요! 그럼 이만.

 

P.S: 저 이후의 이야기는 나중에 트위터에서 썰로 풀 예정입니다. 기력이 된다면…

합작 선공개 리뷰

익명님 (@익명)

MT... 그것은 대학생들이라면 다 겪는 지옥인 것....
하지만 히나타가 간다면 OK입니다 왜냐하면 히나타가 간 곳 = 천국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히나타 재검색해서 누구를 고른다고요?

익명님 (@익명)

​급작스러운 키스 타임들 때문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적당히 둘의 신경전이 좋았어요! 일단 선배 히나타 설정이라는 점에서 가산점을 드립니다.. 히나타가 마츠카와인 것을 못 구분한 점도 좋았어요.. 하긴 둘 다 흑발이었지...? 하이큐에서는 흔치 않은 흑발...! ㅋㅋㅋㅋ 그래도 역시 좋아하게 되는 서사가 더 있었으면 어떨까 싶어져요.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없다고는 하지만 좋아하게되는 과정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천천히 스며든다던가, 어느 날 눈을 마주쳤는데 미소가 정말 예뻤다던가. 그래도 제가 상상하면서 읽으니까 ㅎㅎ 너무 좋았어요. 쿠로히나마츠.. 조합 최고다.. 안 파는 사람 있냐? 탕! 이제 없지? ㅋㅋㅋㅋ 좋은 작품 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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